백로 뜻 ∙ 날짜, 가을의 문턱에서 만나는 절기

오늘은 24절기 중 하나인 '백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일상에 적용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참으로 놀라운데요.

백로는 특히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위치한 중요한 절기로, 농사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백로의 뜻과 날짜, 그리고 다양한 풍습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백로 뜻, 날짜


백로 뜻과 날짜

백로(白露)는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로 찾아오는 절기입니다. 한자 '흰 백(白)'과 '이슬 로(露)'가 합쳐져 '흰 이슬'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요.

양력으로는 9월 7일에서 9일 사이, 음력으로는 대개 8월에 해당하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를 알립니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65도를 지날 때를 말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밤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하얀 이슬이 맺히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에서 '백로'라는 이름이 유래했다고 합니다.


백로의 삼후(三候)

옛 중국에서는 백로부터 추분까지의 기간을 5일씩 세 부분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징을 설명했는데, 이를 '삼후(三候)'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이를 받아들여 사용해왔는데요.

초후(初候)에는 기러기가 날아오고, 중후(中候)에는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며, 말후(末候)에는 여러 새들이 먹이를 저장하기 시작합니다.


백로 풍습과 생활

백로와 농사

백로 무렵은 장마가 끝난 후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남쪽에서 불어오는 태풍과 해일로 인해 곡식에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백로 이후에는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중추가 찾아옵니다.

전남 지방에서는 백로 전에 서리가 내리면 그 해 농사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벼는 늦어도 백로 전에 여물어야 하는데, 서리가 내리면 찬바람이 불어 벼의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주도 속담에 "백로전미발(白露前未發)"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백로 전에 벼가 패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충남에서는 늦게 심은 벼가 백로 전에 이삭을 패야 먹을 수 있다고 믿으며, 경남에서는 백로 전에 패는 벼가 잘 익고 이후에 패는 벼는 쭉정이가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백로 시기에 벼 이삭을 자세히 살펴서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백로의 다양한 풍습

백로를 맞이할 때 농가에서는 여러 가지 풍습을 따릅니다. 백로 전후로 부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그 해의 벼농사 풍흉을 점치곤 합니다. 이 시기에 바람이 불면 벼가 여물지 않거나 색깔이 검게 변하는 경우가 많아 농부들은 특히 주의합니다.

백로는 대개 음력 8월 초순에 들지만 간혹 7월 말에 들기도 합니다. 7월에 든 백로는 계절이 빨라 참외나 오이가 잘 된다고 합니다. 반면, 8월에 백로가 들고 비가 오면 풍년의 징조로 여겨지며, 경남 섬지방에서는 "8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는 속담이 전해질 정도로 비가 오는 것을 반가워합니다.

또한 백로 무렵에는 조상의 묘를 찾아 벌초를 시작하고, 여름 농사를 마친 뒤 잠시 일손을 놓고 쉬는 때이므로 부녀자들은 친척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마치며

이렇게 백로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얼마나 밀접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지혜가 얼마나 깊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는데요.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백로는 여전히 의미 있는 시기입니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이때,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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